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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방산이 이렇게 '금융 싸움'이라는 걸 최근에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K9 자주포가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54~60%를 차지하고, 천궁-II가 패트리엇 가격의 3분의 1로 동급 성능을 낸다는 얘기를 접하면서 "기술이 좋으니까 잘 팔리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상은 달랐습니다. 개발 자금부터 수출 금융까지, 산업은행이 없었다면 지금의 K-방산 절반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팀코리아가 만든 K-방산의 현주소
제가 처음 K-방산 수출 규모를 들었을 때, 솔직히 단위 감각이 없었습니다. 5조, 22조, 40조라는 숫자가 나왔을 때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피부로 오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2022년 폴란드 대규모 계약 뉴스를 연달아 보면서, 아 이거 진짜 다른 차원의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K-방산이라는 브랜드가 국제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입니다. 전쟁이 터지자 유럽 각국이 무기 재고를 긴급 점검했고, 납기를 제때 지키면서 가성비까지 갖춘 한국산 무기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K2 흑표 전차와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패키지가 폴란드에 공급되었고, 보병 전투차 레드백은 호주 수출 계약을 따냈습니다. 현재 KF-21 보라매의 첫 해외 수출 고객도 대기 중이며, 잠수함과 호위함까지 칠레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어 육해공 가리지 않는 진격이 실제로 진행 중입니다.
이 성과가 단순히 전쟁 특수 덕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가 직접 여러 자료를 뜯어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민관군 삼각 협력, 즉 방산 기업·정부·금융이 한 팀으로 움직인 구조가 핵심이었습니다. 여기서 팀코리아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기업이 무기를 개발하면 산업은행이 개발 자금을 대고, 정부가 세일즈 외교로 문을 두드리고, 다시 금융이 구매국에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기적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수출 계약이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 K9 자주포: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54~60% (2022년 30%대 초반에서 급상승)
- 천궁-II 지대공 미사일: 요격률 96%, 가격은 패트리엇의 약 3분의 1 수준
- 수출 품목: K2 흑표, FA-50, 레드백, KF-21, 잠수함·호위함까지 육해공 전 영역
- 주요 수출국: 폴란드, 호주, 인도네시아, 핀란드, 칠레 등 다수
산업은행이 없었다면 절반은 없었다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좀 의아했습니다. 방산 수출 이야기를 하는데 왜 은행 이야기가 나오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겁니다. 20조, 40조짜리 계약에서 구매국이 현금을 바로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무기를 개발하는 데도 천문학적 자금이 먼저 필요하고요.
한국산업은행(KDB)의 역할은 두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하나는 방산 기업의 R&D와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개발 자금 공급이고, 다른 하나는 구매국에 저리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해 우리 무기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수출 금융입니다. 여기서 수출 금융이란 구매국 정부나 기업이 무기 대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기 어려울 때, 산업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결국 우리 무기의 실질 구매 부담을 낮춰주는 세일즈 도구가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2024년 폴란드 패키지 딜 당시 수출 지원 금융 규모가 기존 규정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아찔했는데, 자칫 계약이 흔들릴 뻔한 순간이었거든요. 다행히 국책은행들이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았지만, 이 사건 하나가 수출 금융의 중요성을 모두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방산 수출의 진짜 1등 공신이 기술이 아니라 금융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입니다.
산업은행은 현재 첨단 전략 산업 기금을 통한 특별 저리 대출, 혁신 성장 펀드와 국민 성장 펀드의 통합 운영을 통한 방산 투자, AX(AI 전환) 지원 및 기술 성장 자금 등 다각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단순 대출이 아닌 기업의 성장 경로 자체를 설계해주는 생산적 금융의 개념입니다. 생산적 금융이란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산업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육성까지 함께 설계하는 금융 방식을 뜻합니다(출처: 한국산업은행).
세계 4위를 향한 기술과 생태계의 힘
제 경험상 군사 기술과 민간 기술의 경계가 이렇게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 건 꽤 최근의 일입니다. 스마트폰 고속 충전기에 들어가는 GaN 반도체, 즉 갈륨 나이트라이드 소자가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에도 똑같이 쓰인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여기서 AESA 레이더란 능동 전자 주사 배열 레이더로, 수천 개의 송수신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해 적기를 정밀 탐지하는 차세대 항공 레이더를 말합니다. 민수 기술이 군사 기술을 끌어가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K-방산의 또 다른 경쟁력은 생산 능력(캐파)입니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공급망 부족으로 인도가 지연되는 동안, 천궁-II는 오히려 조기 공급과 신속 인도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국방 전력화가 늦어지면 그 나라의 안보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납기를 지키는 신뢰성이 성능만큼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됩니다. 제가 직접 여러 해외 방산 분석 자료를 찾아보면서 확인한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기술 수치만 좋다고 계약이 성사되는 게 아니라, "제때 준다"는 신뢰가 결정적이라는 거요(출처: SIPRI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드론 분야도 빠르게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원래 풍력 발전기 날개 균열을 AI로 탐지하던 니어스랩이 그 알고리즘을 대드론 요격 시스템 '카이든'에 적용해 수출 시장에 진입했고, 드론 불꽃쇼 군집 기술로 유명한 파블로 항공은 군용 드론 브랜드 '파블로 M'을 론칭했습니다. 대기업 빅4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방산 생태계에 합류하면서 한국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낙수 효과뿐 아니라 기술적 낙수 효과까지, 방위산업이 국가 첨단 전략 사업으로 지정되어 정부 지원이 이미 가동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현재 K-방산의 목표는 세계 4위입니다. 작년 기준 9위에서 미국·러시아·중국 바로 다음 자리를 노린다는 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수출 금융 확대, 공동 개발 프로그램 강화, 첨단 전략 산업 육성이라는 구체적 로드맵 위에 서 있는 목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9 자주포가 갑자기 이렇게 많이 팔린 이유가 뭔가요?
A.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유럽 각국이 자주포 재고를 긴급 점검했고, 경쟁 제품 대비 절반 수준 가격에 납기까지 지키는 K9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올랐습니다. 제가 수치를 확인해보니 2022년 30%대 초반이던 글로벌 점유율이 현재 54~60%까지 치솟았는데,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만큼 그 전부터 쌓아온 성능 검증과 신뢰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봅니다.
Q. 천궁-II가 패트리엇보다 좋다고 할 수 있나요?
A. 단순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가성비 측면에서 매우 경쟁력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패트리엇 한 발이 약 55억 원인 데 반해 천궁-II는 15~16억 원 수준으로 3분의 1 가격이고, 실전 요격률이 96%로 보고되면서 국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방어용 지대공 미사일로서 성능과 가격 모두 검증된 셈입니다.
Q. 산업은행이 방산 수출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A. 방산 계약은 단순히 무기를 팔고 대금을 받는 거래가 아닙니다. 수십 조 원 규모의 계약에서 구매국이 일시불로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구매국에 저리 금융을 제공해 실질 구매 장벽을 낮춰줍니다. 동시에 방산 기업의 R&D와 생산 설비 투자에도 자금을 공급하는 개발 금융 역할도 맡고 있어, 수출 성사의 앞과 뒤를 모두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Q. 방산 수출이 대기업만 이득 보는 구조 아닌가요?
A.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같은 빅4가 전면에 나서지만, 실제 부품과 소재는 수많은 중소 협력 업체에서 공급됩니다. 방위산업은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대기업 수주가 늘수록 협력 업체의 기술 수준과 매출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경제적·기술적 낙수 효과가 다른 제조업보다 훨씬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론
제가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이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없었다면 K-방산의 절반은 없었을 수도 있다." 처음엔 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폴란드 계약에서 수출 금융 규모가 기존 규정을 초과해 위기가 생겼다는 대목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돈줄이 막히면 계약은 없습니다.
K-방산이 세계 9위에서 4위로 올라서려면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만큼이나 수출 금융 인프라의 확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니어스랩이나 파블로 항공 같은 스타트업들이 방산 생태계에 합류하고 있는 지금, 이 기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중간에 꺾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 산업은행에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가 지난 30년의 먹거리였다면, K-방산이 다음 30년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춰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