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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처음엔 "전투기 하나 만든 거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리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경남 사천 KAI 생산라인 영상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숫자 하나가 눈에 박혔거든요. 0.0254mm. A4 용지 두께 절반 수준의 공차(公差)로 전투기 동체를 결합하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이, 제가 막연히 떠올리던 "국산 전투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0.0254mm가 말해주는 것 — 생산라인의 실체
KF-21 보라매 양산라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완성된 전투기가 아닙니다. 레이저 측위 장비와 유압 구동 장치로 동체를 미세 조정하는 FASS(Fuselage Alignment Support System)입니다. 여기서 FASS란 전후방 동체를 결합할 때 위치 오차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보정하는 치공구 시스템으로, 허용 공차가 0.001인치, 즉 0.0254mm에 불과합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설계도가 있으면 누구나 전투기 못 만드나?" 하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설계도는 목표치일 뿐이고, 수백 번을 반복해도 같은 정밀도를 유지하는 공정 능력이 진짜 진입장벽입니다. 실제로 도면이 있다고 똑같은 전투기를 만들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생산라인의 규모도 예상을 벗어났습니다. 국제 규격 축구장 세 배가 넘는 공간에서 약 30명의 숙련 작업자가 기체 안으로 직접 들어가 배선을 연결합니다. KF-21 한 대에 들어가는 전선 길이만 약 40km입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인천공항 근처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전선이 전투기 한 대 안에 집약되는 셈입니다.
탄소복합재(CFRP, Carbon Fiber Reinforced Polymer) 주익 결합 공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탄소복합재란 탄소 섬유를 고분자 수지에 함침시켜 만든 경량 고강도 소재로, 주익과 동체를 결합할 때 약 3,400개의 구멍을 공업용 다이아몬드 드릴로 뚫습니다. 약 500개마다 드릴을 교체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료가 단단해서가 아니라, 천공 과정에서 층간 박리나 섬유 손상이 생기면 구조 강도와 피로 수명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첨단 전투기를 아직도 사람이 손으로 조립하냐"는 의문을 품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반대라고 봅니다. 자동화 설비는 반복 가능한 작업에 투입되고, 최종 조립과 검사는 숙련 인력이 책임집니다. 어느 작업자가 어느 부품을 언제 체결했는지 추적하는 이력 관리 체계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 동체 결합 공차: 0.0254mm (FASS 자동 보정)
- 기체 내 전선 총연장: 약 40km
- 주익 결합 천공 수: 약 3,400개 / 드릴 교체 주기: 500개당
- 국내 참여 협력사: 약 500개사 (주요 부품 기준 45개사)
65%라는 숫자의 무게 — 국산화율과 남은 과제
2025년 5월, 미국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는 KF-21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대서특필하며 "미국조차 최소 10년, 길게는 15년 이상 걸리는 4.5세대 이상급 전투기 개발을 한국은 불과 8년 5개월 만에 완수했다"고 평가했습니다(출처: Defense News). 제가 이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과장 아닌가" 싶었는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수치가 허황되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양산 1호기 기준 국산화율은 약 65%입니다. 여기에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AESA Radar)와 적외선 탐색·추적 장비(IRST) 등 4대 핵심 항전 장비가 포함됩니다. AESA 레이더란 수천 개의 소형 안테나 소자를 전자적으로 제어해 빔 방향을 고속으로 전환하는 레이더로, 기계식 회전 레이더보다 반응 속도와 다중 표적 추적 능력이 월등히 뛰어납니다. 블록 2 진입 시 국산화율을 7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발표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65%를 두고 "국산화 성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나머지 35%가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두 가지 모두 맞습니다. 특히 엔진이 핵심입니다. F414-GE-400K 엔진은 미국 GE가 개발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에서 면허 생산합니다. 원천 기술이 미국에 있는 만큼, 제3국 수출 시 미국의 수출 통제(ITAR) 승인이 변수가 됩니다.
실제로 2024년 KF-21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협상이 이 문제로 11개월간 지연됐다는 점은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걸 단순한 외교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전투기 수출에서 납기 지연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수출 계약에서는 성능이 조금 부족해도 "언제 받을 수 있냐"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당장 검증된 F414를 버리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현 전력은 검증된 엔진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동시에 독자 항공 엔진 개발을 장기적으로 밀어붙이는 투 트랙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항공 엔진은 소재, 정밀 가공, 제어 소프트웨어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되는 분야라서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미사일까지 국산으로 — 수출 전략의 완성
KF-21 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게 무장 문제입니다. 전투기 본체를 만들어도 탑재 무장이 수출 통제에 묶이면 완전한 패키지 판매가 어렵습니다. 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의 IRIS-T 미사일 판매를 막았던 전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LIG넥스원이 국산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에 나선 배경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술 목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탄체와 모터를 잇는 이중 펄스 고체로켓 설계입니다. 이중 펄스 모터란 초기 가속 구간과 종말 단계 추력 구간을 분리해 비행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단일 펄스 대비 비행 효율이 약 12% 향상되고 종말 속도가 마하 3.5에서 마하 4.1 수준으로 올라갈 전망입니다. 탄체 길이 3m 이내를 유지하면서 사거리 30km 이상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둘째는 추력편향제어(TVC, Thrust Vector Control) 적용입니다. TVC란 엔진 노즐 방향을 바꿔 핀(Fin) 만으로 부족한 고받음각 저속 구간의 선회율을 보완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 목표치인 100G 이상의 지속 기동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AIM-9X의 기동 한계가 약 50G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입니다.
셋째는 적외선 시커(IR Seeker) 성능입니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사파이어돔 IIC는 640×512 해상도에 ±90도 오프보어사이트(Off-Boresight) 추적 능력을 갖췄습니다. 오프보어사이트란 항공기 기수 방향과 상관없이 측면이나 후방 표적을 미사일이 독자적으로 추적하는 능력으로, 조종사가 헬멧 조준경으로 측방 표적을 지정하면 미사일이 기체 전방이 아닌 방향으로도 교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실탄 발사 전 2만 회 이상의 가상 교전 데이터를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축적했고, 그 결과 종말 단계 오버슈트 확률이 시뮬레이션 기준 4%로 나왔습니다. AIM-9X의 실전 통계상 종말 단계 열적 실패율 12%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차이입니다(출처: Air Force Magazine). 물론 시뮬레이션과 실전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이 미사일 개발이 성공한다면 경제적 파급도 상당합니다. AIM-9X 한 발당 총 운용비가 2025년 기준 약 530만 달러인 데 반해, 국산 미사일은 약 450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공군과 KF-21 수출분을 합쳐 연간 600발 국산화만 달성해도 10년간 약 6,200억 원 절감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중동·동남아 목표 물량 1,500발이 더해지면 규모의 경제로 단가는 추가 하락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F-21 국산화율 65%면 진짜 국산 전투기라고 할 수 있나요?
A. "국산"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설계·조립·시험·품질관리 체계를 모두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국산이지만, 엔진 원천 기술이 미국에 있고 일부 항전 장비도 해외 기술 의존도가 남아 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저는 65%를 "종착점"이 아닌 "검증된 출발점"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Q. KF-21 수출할 때 미국 허가가 꼭 필요한가요?
A. 현재 탑재 엔진인 F414-GE-400K가 미국 기술이기 때문에, 제3국 수출 시 미국 ITAR(국제무기거래규정) 승인이 필요합니다.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협상이 이 문제로 11개월 지연된 사례가 있습니다. 국산 엔진 개발이 장기 과제로 추진되는 이유가 여기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의 체계를 사전에 정비하는 게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Q. 국산 공대공 미사일은 언제 실전 배치되나요?
A. 현재 계획상 빠르면 2029년 KF-21 블록 2 양산분부터 국산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초도 물량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언급됩니다. 다만 개발 일정과 예산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으며, 시뮬레이션 성능이 실탄 시험으로 검증되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Q. KF-21 한 대 가격이 얼마인가요?
A. 단순히 계약 총액을 대수로 나눠 "한 대 얼마"라고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2024년 체결된 초도 20대 계약(약 1조 9,600억 원)에는 기술 교본, 교육, 후속 군수 지원, 투자비 성격의 금액이 포함돼 있습니다. 본격 양산 체제 기준 순수 기체 단가는 800억~900억 원 선으로 분석되며, 이는 라팔이나 F-15EX 대비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Q. KF-21이 F-35나 라팔보다 성능이 뛰어난가요?
A.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며 스텔스 성능은 F-35에 미치지 못합니다. 라팔과는 비슷한 세대이지만 개발 시점이 달라 비교 조건이 다릅니다. 다만 항공 전문지 애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는 KF-21의 초음속 시험이 초기 80회 비행 안에 완료됐고 일정 관리 능력이 예상을 웃돌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성능보다 납기·가격·후속 지원이 수출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결론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국산 전투기 만들었다"는 성취감보다 "이 공장이 앞으로도 같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투기는 20대 만드는 것과 120대를 같은 정밀도로 만드는 것이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KF-21 보라매가 진짜 증명해야 할 것은 하늘을 나는 능력이 아니라, 2032년까지 120대를 계획대로 양산하면서 협력사 품질까지 함께 끌어올리는 일입니다. 국산 공대공 미사일이 실탄 시험을 통과하고 수출 패키지에 묶이는 날, 한국 방산이 성능·납기·무장 독립성을 모두 갖춘 전투기 제조국으로 인정받는 날이 될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지금 저에게는 꽤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