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중동의 베트남이라는 별명을 가진 집단이 있습니다. 1960년대 이집트 정규군 6만 명을 쫓아낸 그 세력이,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공항을 한 달에 20차례 이상 타격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얘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예멘이라는 나라 자체가 세계 최빈국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들을 파고들어 보니, 이건 단순한 '반군의 날뜀'이 아니었습니다.

후티 반군의 배경 — 왜 이 집단이 지금 가장 위험한가
후티 반군의 정식 명칭은 안사르 알라(Ansar Allah)입니다. 여기서 안사르 알라란 아랍어로 '신의 지지자들'을 뜻하며, 1990년대 자이디파(Zaydi) 신앙 부흥운동에서 출발한 무장조직입니다. 자이디파는 시아파의 한 분파인데, 이란이 주도하는 주류 시아파와도 결이 다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란과도 가깝지 않았다는 점이 제게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 조직에 '후티'라는 이름이 붙은 건 창설자 후세인 알후티(Hussein al-Houthi)의 성을 딴 것입니다. 그는 2004년에 사망했고, 현재는 동생 압둘 말리크 알후티(Abdul-Malik al-Houthi)가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형이 죽은 뒤에도 20년 넘게 세력을 유지하며 오히려 키워온 셈입니다.
2014년 9월, 후티는 수도 사나(Sanaa)를 전격 점령하며 예멘 정부를 남부 아덴으로 몰아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이 개입했는데, 수도를 탈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로 10년 가까이 소탕에 실패했습니다. 현재 예멘 영토의 약 절반, 인구 기준으로는 3분의 2 이상이 후티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출처: UN 중동 페이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이건 반군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라는 감각이었습니다. UN 추산으로 2015년 당시 병력 3만 명이었던 것이 2024년 기준 35만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웬만한 정규군보다 많습니다.
- 1990년대 자이디파 부흥운동에서 출발, 창설자 이름을 딴 무장조직
- 2014년 수도 사나 점령, 현재 예멘 인구 기준 약 2/3 통제
- 2015년 병력 3만 → 2024년 35만으로 10년 새 10배 이상 성장
- 이란의 프록시(proxy)이지만, 이란의 명령을 100% 따르지는 않는 독자 세력
후티의 전력 — AI와 드론으로 패트리어트를 뚫는 방법
제가 이 부분을 파고들면서 진짜 소름이 돋은 지점이 있었습니다. 후티는 분산된 컴퓨터를 활용해 생성형 AI에게 미사일 설계를 문의하는 방식으로 무기 개발에 실제로 활용했다는 사실입니다. AI 안전 연구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이 사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란 AI의 안전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조작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후티는 이 기술을 조직적으로 연구했습니다(출처: Anthropic 리서치).
무기 조달 방식도 꽤 영리합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헤즈볼라가 미사일 운용 기술을 직접 가르쳐줬고, 예멘 정부군에서 대량으로 노획한 탱크, 중장갑차, 탄도 미사일이 현재의 화력 기반이 됐습니다. 거기에 중국산 민간 부품들, 즉 GPS 모듈이나 스마트폰 수준의 반도체를 조합해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자체 생산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2019년 아람코(Aramco) 석유시설 공격이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당시 드론 공격 하나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5%가 단번에 줄었고, 시설 가동이 10일간 멈췄습니다. 사우디가 부랴부랴 패트리어트(Patriot) 방공망을 보강했지만, 2024~2025년 이란-이스라엘 분쟁 과정에서 요격미사일을 대량 소모한 뒤 방공 공백이 생겼고, 그 빈틈을 정확히 노려 들어왔습니다.
2025년 3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퍼레이션 러프 라이더(Operation Rough Rider)를 개시해 1,000회 이상의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5월 오만의 중재로 미국과 후티 간 휴전이 성사됐지만, 후티는 공습을 받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을 향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K방산 전망 — 사우디가 천무와 천궁을 원하는 이유
제 경험상 방산 수출 소식은 대부분 딱딱한 보도자료로만 접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결이 달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방송이 공개한 홍보 영상에서 천무(Chunmoo) 다연장로켓 발사대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일반 탄이 아니라 CTM-250이라는 스트라이크 미사일을 두 발 장착한 버전이었습니다.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사우디 정부가 자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직접 읽은 것 같았습니다. '우리에게는 한국 무기가 있다'는 신뢰 신호였던 거죠.
사우디는 1991년부터 패트리어트를 운용해왔고 사드(THAAD)도 보유하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소모가 극심합니다. 이 상황에서 천궁-II(Cheongung-II)는 공백을 메워줄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천궁-II는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로, 패트리어트와 유사한 역할을 하면서 단가는 낮고 납기는 빠릅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도 공급량에 한계가 있어서 사우디의 추가 계약 요청 속도를 다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기 전망에서 제가 주목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후티가 홍해와 아라비아 반도 서쪽 바브엘만데브(Bab-el-Mandeb) 해협을 위협하면서 사우디는 해상 전력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바브엘만데브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이곳이 막히면 사우디의 원유 수출 루트 자체가 봉쇄됩니다. 하나오션이 개발 중인 7,000톤급 수출형 호위함과 HD현대중공업의 수출용 구축함이 이 수요를 겨냥하고 있고, 독자적인 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스텔스 전투함에 대한 사우디의 관심도 실제로 확인됩니다.
KF-21 전투기 수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제 판단으로는 단기 계약보다는 중장기 패키지 딜로 가야 현실성이 있습니다. 전투기는 도입부터 운용까지 시간이 길게 걸리는 무기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타격 무장과 요격 미사일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전투기와 수상 전투함 수출로 연결하는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경로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후티 반군은 이란이 조종하는 조직인가요?
A. 이란에서 자금과 무기 기술 지원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후티는 이란의 명령을 100% 따르는 조직이 아닙니다. 종파도 다르고 목표도 다릅니다. 후티의 목적은 예멘 내 정권 장악이고, 이란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후티를 지원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자료를 살펴본 결론은, 이 둘은 '계약 관계'에 더 가깝습니다.
Q. 후티가 실제로 AI로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앤트로픽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후티 관련 세력이 생성형 AI의 안전 제한을 우회해 미사일 설계 관련 정보를 추출했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AI가 직접 설계도를 그려준 게 아니라, 분산된 질문과 정보 조합을 통해 결과를 뽑아낸 방식입니다. 정보 전쟁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실감한 사례였습니다.
Q. 미국은 왜 사우디를 직접 군사적으로 돕지 않나요?
A.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제공과 군사 고문단(100여 명) 파견 정도는 하고 있지만 직접 공습 참여는 거부했습니다. CSIS 추산에 따르면 오퍼레이션 에픽 필 이후 미군 보유 요격미사일의 65% 가량이 소모됐고, 이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양쪽에서 전선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개입은 유가 충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에 F-34 전투기 243억 달러 규모 판매를 승인한 것이 현재로선 미국이 제시한 최대치에 가깝습니다.
Q.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막히면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나요?
A. 직접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를 통해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한국의 대유럽 수출 물동량 상당 부분이 이 루트를 통과합니다. 실제로 2024년 후티의 홍해 공격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해운 물류비가 급등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에너지와 물류 양쪽에서 한국 경제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결론
제가 이 사안을 정리하면서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후티 사태는 '예멘 내전'이라는 프레임으로 볼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미군 함정에 드론을 200기 이상 날린 집단이고, AI를 활용해 무기를 자체 설계하며, 사우디 국제공항을 한 달에 20회 이상 타격하는 집단입니다. 반군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천궁-II와 천무에 대한 실전 수요가 이미 확인됐고, 수상 전투함에 대한 관심도 현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사우디와의 방산 협력은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니라 왕조 국가 특유의 정치 역학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 제가 자료를 보면서 계속 떠올린 부분이었습니다. MBS(무함마드 빈 살만)의 정통성 문제와 후계 구도가 이 전쟁의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중동을 이해하려면 오히려 우리 조선시대 왕위 계승 역학을 먼저 떠올리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게 제 솔직한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