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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실전이 벌어지고 있는 해역에 군함을 보내달라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 상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게 진짜 현실인가' 싶었습니다. 우리 해군이 보낼 수 있는 함정의 실상과, 그 함정이 실제로 버텨낼 수 있는지를 숫자와 사실 중심으로 짚어봤습니다.

트럼프는 왜 파병을 요구했나 — 모기 함대의 실체
트럼프 대통령은 파병 요구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짜로 석유를 얻고 있다. 이제 스스로 지켜야 한다." 꽤 직설적이죠. 핵심은 미국이 이란 정규 해군의 주요 전력을 이미 파괴했지만, 이른바 '모기 함대'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데 있습니다.
모기 함대(Mosquito Fleet)란 배수량 100톤 이하의 소형 고속정, 자폭 보트 등으로 구성된 이란 혁명수비대의 비대칭 전력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정면 대결 대신 수십, 수백 척이 떼를 지어 기습하는 전술입니다. 이란은 1980년대부터 강력한 미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전략을 발전시켜왔고, 폭이 약 34km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실제 선박 항로는 왕복 6km뿐이라 이 좁은 공간에서 대응하기가 극히 까다롭습니다.
미국은 연안 전투함(LCS, Littoral Combat Ship)을 건조하면서 이 위협에 대응하려 했지만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이란과의 전쟁이 터진 시점에는 고속 함대 대응 전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동맹국들에 호송 함대를 요청한 셈인데, 서방 전문가들은 유조선 1척당 군함 2척, 혹은 유조선 5~10척 호송 선단에 수상함 12척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출처: RAND Corporation). 제가 이 수치를 보고 나서야 왜 트럼프가 동맹국 전체를 향해 손을 내밀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파병 딜레마 — 원유 의존도와 정치적 현실
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빠르게 거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사정은 다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원유 수입량의 직접 통과 비중만 13.9%이고, GCC(걸프 협력 회의) 산유국 전체를 포함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50%를 훌쩍 넘습니다. 이 수치 하나만 봐도 왜 우리가 단호히 거부하기 어려운지 답이 나옵니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한 번 있었습니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면서 긴장이 폭발했을 때입니다. 당시 트럼프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 즉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의 동참을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이란이 이를 적대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고 판단해 IMSC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한국 국적선과 한국인 탑승 선박 보호에만 집중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그때는 미국과 이란 사이에 대화 채널이 살아 있었고, 우리가 독자적 행동으로 이란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입니다.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순간, 이란과의 정면 충돌 가능성을 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국회가 시간을 끌면서 버티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성격상 시간 끌기가 길어지면 예상치 못한 압박이 올 수 있다는 것도 현실입니다. 제가 보기엔 딜레마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상황입니다.
- 호르무즈 해협 직접 통과 원유 비중: 우리 수입량의 13.9%
- GCC 산유국 포함 중동 의존도: 50% 이상
- 2020년 전례: IMSC 불참, 청해부대 독자 범위 확장으로 절충
- 이번 차이점: 전쟁 중 다국적군 편입 → 이란과의 충돌 불가피
KD-2급 전투력의 민낯 — STIR-240 결함과 전투 지휘 체계 셧다운
파병을 결정한다면 현실적으로 KD-2급 구축함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D-3급(세종대왕함급)을 보내면 한반도 방공의 핵심 전력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KD-2급의 실제 상태를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걱정이 앞섰습니다.
문제는 2022년 림팩 훈련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KD-2급 문무대왕함이 SM-2 함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표적을 향해 비행하던 미사일이 갑자기 공중 폭발한 겁니다. 같은 날 KD-3급 세종대왕함의 SM-2는 표적을 정확히 파괴했으니, 차이가 너무 선명했습니다. 한미 합동 조사 결과 원인은 STIR-240 표적 조사기의 TWTA(진행파관 발진 장치) 고장이었습니다. STIR-240이란 SM-2 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날아갈 수 있도록 X밴드 유도빔을 쏘아주는 장치인데, 이 핵심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가 2018년에 정비 인력 퇴직과 시설 폐쇄를 이유로 부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그 이후 KD-2급 전체가 정비 공백 상태에 놓여 있었던 셈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투 지휘 체계였습니다. KD급 전투 지휘 체계는 노화로 인해 1.4시간에 한 번 꼴로 다운됐고, 심한 경우 0.8시간에 한 번이었다고 합니다. 전투 지휘 체계가 셧다운되면 SM-2 운용이 불가능해집니다. 독립 운용이 가능한 림-116 RAM과 골키퍼 CIWS는 살아남지만, 전체 대공전 능력은 급격히 저하됩니다. 우리 해군이 셧다운을 막기 위해 심야에 전투 체계를 미리 리셋하는 방법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방산 강국을 자처하던 우리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총 6,730억 원을 투입해 KD-2급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STIR-240 대신 한미 이지스함 공통으로 쓰이는 마크 99 표적 조사기의 전자파 장치를 도입하고, 전투 지휘 체계는 한화 시스템이 개발 중인 한국형 체계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완료되기 전에 중동에서 전쟁이 터진 게 지금 상황입니다.
그래도 보낼 수 있을까 — 개 작전 능력과 현실적 대응 한계
KD-2급의 결함이 명확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함정은 아닙니다. 무장을 만재한 상태의 KD-2급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정 위협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위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따져봐도 수치상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
한국 해군은 북한 해군의 고속 함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고속정 교전 훈련인 '개 작전'을 매회 1회 이상 실시해왔습니다. 개 작전이란 다수의 적 고속정을 동시에 추적·격멸하는 한국 해군 공식 교전 훈련 명칭입니다. 이 훈련에서 해성 대함 미사일은 퇴역 참수리급 고속정을 표적으로 실제 격침 성과를 반복 확인했습니다. 북한 고속정이 원조인 덕분에 이 분야 대응 능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KD-2급에 탑재된 21연장 마크 49 RAM(림-116 블록1) 발사기 한 기는 이론적으로 20척 이상의 고속정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RAM(Rolling Airframe Missile)이란 소형 함대공·대수상 겸용 미사일로, 근거리에서 접근하는 고속정과 저고도 위협에 특화된 무기입니다. 또한 골키퍼 CIWS에서 쏟아지는 30mm 고속탄은 고속정을 갈기갈기 찢는 성능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폭격으로 이란이 대규모 대함 미사일 운용 능력을 상실한 상태인 만큼, 위협이 소형 자폭 드론이나 소규모 대함 미사일 수준에 머문다면 KD-2급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두 가지는 현실적으로 대응이 어렵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깔아놓은 기뢰와, KD-2급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대함 탄도 미사일(ASBM)입니다. 대함 탄도 미사일이란 탄도 궤도로 낙하하며 함선을 타격하는 미사일로, SM-2 수준의 방어망으로는 요격이 어렵습니다. 이 두 위협이 존재하는 한, KD-2급 파병은 충분한 준비 없이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입니다. 일부에서는 AW-159 와일드캣 해상 작전 헬기에 스파이크 NLOS 미사일을 탑재해 고속정 대응 능력을 보완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방향은 현실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해부대를 그냥 투입하면 안 되나요?
A. 현재 청해부대 소속 함정은 해적 대응 임무에 맞춰 운용 중이기 때문에 대공 미사일 등 고강도 전투에 필요한 무장을 만재한 상태가 아닙니다. 평시 임무에서는 복잡한 미사일 체계를 장기간 외부 환경에 노출시키면 저장 수명이 급격히 줄고 고장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최소 무장만 탑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전 투입을 위해서는 별도의 무장 적재와 준비가 필요합니다.
Q. KD-3급 세종대왕함을 보내는 건 왜 안 되나요?
A. KD-3급은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우리 해군의 핵심 방공 전력입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 방어에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해외에 장기 파병할 경우 국내 전력 공백이 너무 커집니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파병 선택지는 KD-2급 중 상태가 가장 양호한 함정으로 좁혀지는 상황입니다.
Q. 이란의 모기 함대가 실제로 그렇게 위협적인가요?
A. 넓은 바다에서는 현대 해군 전력이 압도적이지만, 폭이 좁고 수심이 얕은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 선박 항로로 쓸 수 있는 구역이 왕복 6km에 불과해 수십에서 수백 척의 고속정이 동시에 기습하면 대응 시간이 극히 짧아집니다. 미 해군도 이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오래전부터 LCS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한 전례가 있습니다.
Q. KD-2급 성능 개량 사업은 언제 끝나나요?
A. 방위사업청이 2024년부터 2033년까지 총 6,730억 원을 투입하는 일정으로 사업이 발주됐습니다. 한화 시스템이 한국형 전투 지휘 체계를 개발 중이고, STIR-240을 대체할 마크 99 계열 전자파 장치 도입도 계획에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완료되기 전에 중동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입니다.
결론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단순히 군사적 판단만으로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원유 의존도, 대미 관계, 대이란 관계, 그리고 실제 투입할 함정의 전투 준비 상태까지 모든 변수가 얽혀 있습니다. 제가 이 상황을 정리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 건 KD-2급의 전투 지휘 체계 셧다운 문제였습니다. 실전 해역에서 전투 시스템이 0.8시간에 한 번씩 꺼진다면, 그건 파병 자체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수준입니다.
파병을 피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보낼 함정만큼은 가장 상태가 좋은 KD-2급을 선정하고 무장을 만재한 뒤 와일드캣 헬기까지 탑재하는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성능 개량 사업이 완료된 함정부터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방향도 현실적으로 검토할 만합니다. 어중간한 상태로 위험한 해역에 보내는 건 장병들에게도 불공평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