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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 육군이 자국산 자주포를 두고 한국 업체와 첫 대형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에 이어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까지 수출 라인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상 타격 체계에서 방공 체계로, 유럽에서 중동으로 시장도 함께 확장되고 있어 한국 방산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K9MH와 천무: 미국·유럽 시장에서 쌓이는 숫자들
제가 이 계약을 처음 들여다봤을 때 가장 눈길을 끈 건 물량보다 '장소'였습니다. 한화디펜스USA가 지난 8월 미 육군과 체결한 계약은 K9MH 시제품 6문, 추가 옵션 12문으로 수치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에 찍힌 장소가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입니다. 현지 조립·시험 시설 3년 임대까지 끼워 넣었다는 건, 단발 계약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K9MH란 기존 궤도형 K9 자주포의 핵심 기술을 차륜형 차량에 이식한 모델입니다. 쉽게 말해 탱크처럼 생긴 자주포를 트럭 위에 얹은 형태로, 기동성과 전개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미 육군이 이 시제품으로 기동성, 화력, 정비성을 시험한다는 점에서 후속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미군 체계에 납품하는 길이 쉽지 않다는 건 제 경험상 방산 업계를 지켜보면서 늘 느끼는 부분이라, 이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진짜 관건입니다.
유럽 쪽은 천무 수출이 꽤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크로아티아와 체결한 계약 규모는 4억 1,18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100억 원 수준입니다(출처: EBN 산업경제). 발사대 18대에 유도탄, 탄약운반차량, 사격지휘차량까지 2030년까지 패키지로 납품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토파즈'입니다. 토파즈란 폴란드 WB그룹이 개발한 전장관리체계(BMS, Battle Management System)로, 부대 간 실시간 전술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지휘 플랫폼을 뜻합니다. 한국산 로켓에 폴란드산 두뇌를 얹어 크로아티아에 수출하는 구조인데, 이게 단순 부품 수출이 아니라 유럽 방산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봤을 때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유도탄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합니다. WB그룹과 세운 합작법인 HWB를 통해 2030~2033년 유도탄 1만 발 공급을 목표로 합니다. 현지 생산(Licensed Production)이란 기술 이전을 통해 수출국 현지에서 무기를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고객국의 자주국방 의지를 충족하면서 장기 납품 계약을 고정하는 전략입니다. 발사대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훈련과 작전에 필요한 유도탄을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니 수익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수치로 확인이 됩니다.
- K9MH: 미 육군과 시제품 6문 계약,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조립·시험 시설 확보
- 천무 크로아티아: 4억 1,180만 유로 규모, 발사대 18대·유도탄 등 2030년까지 납품
- 루마니아: K9 54문·K10 36대 중 상당 물량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 예정
- 폴란드 HWB 합작: 2030~2033년 유도탄 1만 발 현지 생산 추진
L-SAM과 중동: 방공 체계로 넓히는 수출 지도
제 경험상 방산 수출에서 가장 어려운 시장이 중동입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기존 강국들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시장인 데다, 무기 도입 결정 자체가 정치·외교 관계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화시스템이 UAE 국영 방산기업 EDGE그룹과 주요 조건 합의서(LOA, Letter of Agreement)를 체결했다는 소식은 그 맥락에서 봐도 꽤 의미 있는 진전으로 읽힙니다.
여기서 LOA란 본 계약 체결 전에 양측이 핵심 조건에 동의했음을 확인하는 문서로, 쉽게 말해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합의했고 이제 세부 조율만 남았다"는 신호탄입니다. 이 합의서에는 천궁-II, L-SAM, 천무, 대드론 체계를 연계한 통합 방공체계 구성과 UAE 현지 생산·정비 시설 마련이 담겼습니다. 단일 품목 수출이 아니라 다층 방공망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파는 전략인데, 이런 접근 방식이 가능하려면 각 체계 간 통합 운용 능력이 검증돼 있어야 합니다.
L-SAM은 그 중에서 핵심 위치에 있습니다. L-SAM이란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ong-range Surface-to-Air Missile)로, 탄도미사일처럼 고속으로 낙하하는 위협체를 고고도에서 요격하는 체계입니다. 미국의 패트리어트(PAC-3)나 이스라엘의 애로우(Arrow) 계열과 유사한 역할을 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L-SAM의 대탄도탄 요격미사일을 생산하며, 국내 양산계약 규모만 7,054억 원에 달합니다. 주요 참여 업체 양산계약 합계에서 57.5%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출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가 이 비중을 처음 봤을 때 꽤 놀랐습니다. 체계 개발을 주도한 업체가 아닌 구성품 생산사가 절반 이상을 가져간다는 건 그만큼 요격미사일 자체의 단가와 물량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UAE 쪽에 L-SAM이 수출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요격미사일이라는 고단가 소모품의 정기적인 공급 계약으로 이어집니다. 호주 공장에서는 이미 레드백 장갑차와 자주포를 생산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정비 사업까지 끌어안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이 흐름을 쭉 따라가다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향하는 모델이 단순 무기 판매가 아니라 '생산-납품-유지보수'를 한 묶음으로 가져가는 방산 플랫폼 기업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방향이 맞다면 수출 실적의 변동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9MH가 기존 K9 자주포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이동 수단입니다. 기존 K9은 무한궤도(캐터필러) 방식이라 험지 돌파에는 강하지만 도로 기동 속도가 느립니다. K9MH는 동일한 포와 사격 기술을 바퀴 달린 차량에 올려놓은 형태로, 도로 기동성과 전개 속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미 육군이 이 부분을 시험하고 있는 이유도 빠른 전력 전개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Q. 천무가 유럽에서 이렇게 잘 팔리는 이유가 뭔가요?
A.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다연장로켓 재고를 빠르게 채워야 했는데, 기존 공급국들의 납기가 수년씩 밀려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천무는 수출국 요구에 따라 차량과 지휘통제체계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구조인 데다 납기 대응이 상대적으로 빨랐다는 점이 폴란드·에스토니아·노르웨이·크로아티아 연속 계약으로 이어진 주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Q. L-SAM이 패트리어트랑 비슷한 건가요?
A. 역할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둘 다 탄도미사일 요격을 주임무로 하는 지대공 방공체계입니다. 다만 L-SAM은 국내 독자 개발 체계로 패트리어트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UAE 입장에서는 이미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와 L-SAM을 다층으로 구성하면 방공망의 빈틈을 줄일 수 있어 도입 유인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Q. 현지 생산을 왜 굳이 하는 건가요? 그냥 한국에서 만들어 파는 게 낫지 않나요?
A. 대부분의 국가가 방산 수입 계약 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비율을 조건으로 겁니다. 자국 방산 산업 육성과 고용 창출 효과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도 현지 생산을 허용하면 계약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후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 계약이 장기적으로 따라오기 때문에 단기 마진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전체 수익성은 나쁘지 않은 구조입니다.
결론
제가 이번 뉴스를 정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수출 품목의 다양성이 아니라 구조의 일관성이었습니다. K9MH든 천무든 L-SAM이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들어가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현지에 생산 거점을 세우고, 납품 이후 정비와 소모품 공급까지 끊지 않는 장기 계약 구조입니다. 이 구조가 실제로 안착한다면 방산 수출 특유의 수주 변동성이 상당 부분 완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K9MH 미군 시험 결과, UAE L-SAM 계약의 본계약 전환 여부, 폴란드 현지 유도탄 생산의 기술 이전 조율 등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들이 많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산 수출에 관심이 있다면 이 세 가지 변수의 진행 상황을 기준점으로 삼아 추적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e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266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