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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전차가 드론 시대에 이미 쓸모를 다한 무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차가 드론 한 방에 무너지는 영상을 보고 나서 더 그런 생각이 굳었죠. 그런데 현대로템 미래기술연구센터의 설명을 찬찬히 들으면서 제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차 자체가 구식인 게 아니라, 전차를 운용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K2를 넘어 K3로 불릴 차세대 전차는 그 답을 이미 설계 속에 담고 있었습니다.

무인포탑과 스텔스 설계, 차세대 전차는 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택했을까
제가 처음 "무인포탑(Unmanned Turret)"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솔직히 SF 영화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차세대 전차는 이 무인포탑을 핵심 설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인포탑이란 포탑 안에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고, 포탑 자체는 자동화·원격 제어로 운용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승무원은 차체 내부의 캡슐형 승무원실에 집중 배치되어 방어력이 극대화됩니다.
이 설계가 왜 필요한지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보면 바로 이해됩니다. 해치를 열고 기관총을 잡은 채 폼을 잡던 방식은 이제 FPV 자폭 드론 한 대면 끝납니다. 해치를 닫아도 드론이 해치 틈을 파고들어 내부에서 폭발하는 영상이 실제로 등장했습니다. 승무원이 포탑 밖으로 노출될 이유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 그게 무인포탑으로 이어진 겁니다.
여기에 130mm 대구경 주포가 더해집니다. 현재 K2가 탑재한 120mm 활강포(Smoothbore Gun)는 강선 없이 탄을 발사해 초고속 철갑탄의 관통력을 극대화한 포를 말하는데, 차세대 전차는 이를 130mm 이상으로 끌어올립니다. 구경이 10mm 올라가는 게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는 관통 에너지가 약 50포인트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 T-14 아르마타도 125mm를 쓰는 상황에서, 130mm는 화력 우위를 확보하는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스텔스 설계도 예상보다 훨씬 다층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외형을 날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차세대 전차의 스텔스는 전파, 열 에너지(적외선), 소음, 시각 네 가지 영역을 동시에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됩니다. 그중 열 에너지 감소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동화 시스템입니다. 기존 내연기관이 뿜어내는 열원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현대로템의 설명이었습니다.
제가 흥미로웠던 건 스텔스를 항상 켜두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차는 공세 기동 시에는 소음도 열도 날 수밖에 없습니다. 스텔스가 진짜 필요한 순간은 매복 대기 중이거나 직결지 행동(전투 직전 은밀 접근) 때입니다. 이때만큼은 전동화 모드로 전환해 소음과 열신호를 최소화하는 하이브리드 운용 개념이 적용됩니다. 자동차로 치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저속에서 전기로만 조용히 달리다가 가속 시 엔진이 붙는 방식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 무인포탑(Unmanned Turret): 포탑 내 승무원 제거, 캡슐형 승무원실에 집중 배치해 생존성 극대화
- 130mm 이상 대구경 주포: 120mm 대비 관통 에너지 약 50포인트 향상, 사거리도 함께 연장 목표
- 4중 스텔스 설계: 전파·열 에너지·소음·시각 전 영역 동시 저감
- 수소 연료전지 전동화: 열원 절반 이하 감소, 기동 간 소음도 대폭 축소
- 승무원 최소 2명 운용: 기존 4명 → 3명 → 2명으로 단계 축소, 고도 자동화로 구현
K2 전차 관련 수출 성과와 기술 현황은 출처: 현대로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UGV 복합전투, 지상전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
제가 UGV(Unmanned Ground Vehicle, 무인 지상차량)의 실전 효과를 처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우크라이나 로봇 중대 영상을 접하고 나서였습니다. 2024년 말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13여단이 로봇 중대를 편성해 실전 투입한 사례가 공개됐는데, 그 전술이 제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정교했습니다. 로봇 단독 운용이 아니라, 드론과 로봇의 협업으로 전차와 장갑차를 지원하는 복합 전투 모듈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방식이었습니다. 도로 좌우에 폭발물을 탑재한 소형 로봇을 미리 배치하고, 적 대열이 접근하면 선두와 후미를 자폭 드론으로 동시에 차단합니다. 이동이 멈춘 대열에 포병 화력을 유도하고, 하차 보병이 확산하면 기관총을 탑재한 무인 기동 로봇이 이를 제압합니다. 전차는 이 혼란 속에 후방에서 주포를 정확히 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게 실제로 효과가 있냐고요? 에스토니아 밀렘 로보틱스가 개발한 UGV 테미스(THeMIS)가 이 전술에 투입돼 러시아 전차를 다수 격파했고, 결국 푸틴이 이 장비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사실이 그 답을 말해줍니다. 테미스는 소형 기동 플랫폼 위에 재블린 미사일부터 후송 장비까지 임무 장치를 교체해 운용하는 구조인데,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HR-셰르파도 동일한 공통 플랫폼(Common Platform) 개념을 택했습니다. 공통 플랫폼이란 하나의 차체에 임무 장치만 교체해 정찰·공격·후송·수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듈식 구조를 말합니다.
HR-셰르파는 AI 기반 자율주행, 인휠모터(In-Wheel Motor, 바퀴 안에 모터를 내장해 별도 구동축 없이 구동하는 방식),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하고 원격조종·종속주행·자율주행을 모두 지원합니다. 2021년 7월 국내 최초로 군에 시제 차량 2대가 인도됐고, GOP·GP에서 전투 실험도 완료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솔직히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성능 입증이 됐음에도 아직 정식 편제 편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UGV의 전술 효과가 실시간으로 검증되고 있는 지금, 도입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차세대 전차와 HR-셰르파의 연동 개념도 이미 설계에 반영돼 있습니다. 전차와 UGV, 드론이 하나의 전투 모듈로 움직이되, 드론 운용까지 2명의 승무원이 모두 담당하면 전술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AI 기반의 자동화·지능화이고, 현대로템이 차세대 전차 개발에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별도 연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차세대 전차 핵심기술 개발 관련 현황은 출처: 방위사업청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차세대 전차(K3)는 언제쯤 실전 배치가 되나요?
A. 현재 2022년부터 정부 핵심기술 과제로 개발이 시작됐고, 2030년 이후 체계 개발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실전 배치까지는 그로부터 다시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기체계 주기가 통상 30년임을 감안하면, 2035년 전후가 현실적인 배치 시점으로 예상됩니다.
Q. 드론이 이렇게 발달하는데 전차가 아직도 필요한가요?
A. 전차 자체가 구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문제는 전차가 아니라 운용 방식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피해를 입은 전차 대부분은 드론과의 협업 없이 단독으로 집결해 움직인 경우였습니다. 전차를 드론·UGV와 결합한 분산형 복합 전투 모듈로 운용하면 여전히 지상전의 핵심 전력입니다.
Q. HR-셰르파는 K2 전차와 어떻게 같이 운용되나요?
A. HR-셰르파는 전차 전방에서 은엄폐한 채 정찰·대전차 공격을 수행하고, 전차는 후방에서 주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합니다. 드론이 기상 등의 이유로 운용 불가능할 때 UGV가 그 역할을 보완하는 전술적 유연성이 핵심입니다.
Q. 차세대 전차에 레일건은 탑재되지 않나요?
A. 현대로템도 레일건과 전열화학포(ETC, Electrothermal-Chemical Gun) 적용을 검토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차량 탑재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레일건은 막대한 에너지원이 필요해 항공모함급 플랫폼에서나 현실적으로 운용됩니다. 기술 성숙도가 높아지면 채택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Q. K2 전차와 차세대 전차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A.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무인포탑과 승무원 수입니다. K2는 승무원 3명(자동장전 도입으로 4명에서 감소)이지만 차세대 전차는 최소 2명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에 130mm 이상 주포, 4중 스텔스 설계, 수소 연료전지 전동화가 더해져 운용 개념 자체가 달라집니다.
결론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술 스펙이 아니었습니다. "전차는 잘못이 없다"는 한마디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차가 드론에 무너진 건 전차라는 무기의 한계가 아니라, 변화한 전장에 맞지 않는 운용의 한계였습니다. 차세대 전차는 그 운용의 한계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무인포탑으로 승무원을 보호하고, 스텔스 설계로 피탐 가능성을 줄이며, UGV와의 복합전투로 전장 가시선(Line of Sight) 너머까지 타격합니다. 동시에 HR-셰르파가 이 체계를 실전에서 먼저 검증하고 있습니다. K방산이 단순한 수출 성과를 넘어 미래 지상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는 시도, 그 윤곽이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