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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장병 세 명이 지뢰 폭발로 부상을 입었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연쇄적으로 두 차례 터진 이번 사고, 제가 관련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이건 그냥 유실 지뢰가 아니다." 폭발 지점, 폭발 횟수, 부상 정도. 세 가지가 맞물리는 순간 그 판단이 굳어졌습니다.

매설 지뢰 가능성, 왜 이렇게 확신하는가
군 내부에서도 유실 지뢰보다 매설 지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판단은 타당합니다. 우선 폭발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는 점입니다. 유실 지뢰(流失 地雷)란 홍수나 지반 변동으로 원래 매설 위치에서 벗어나 떠내려온 지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누가 의도적으로 심은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흘러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지뢰는 육안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연쇄 폭발을 일으키려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획적으로 배치돼 있어야 합니다. 우연히 떠내려온 지뢰가 우연히도 연달아 터진다는 건 확률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부상을 입은 장병들은 방어복과 지뢰 방호화(방폭 처리된 군용 신발)를 착용한 상태였습니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M14 대인 지뢰는 이 장비를 갖추면 비교적 안전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상자가 나왔다는 것, 이게 저는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그 말은 이번에 터진 지뢰가 M14보다 훨씬 강한 폭발력을 가진 다른 종류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 지뢰(木函 地雷), 즉 탐지를 피하기 위해 나무 상자에 넣어 만든 지뢰일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 목함 지뢰는 금속 성분이 거의 없어 일반 지뢰 탐지기로는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폭발 지점도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 사고 위치는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벌인 곳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입니다. MDL이란 1953년 정전협정으로 설정된 남북 간 군사적 경계선을 말합니다. 남측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 그것도 북한이 작업한 구역 코앞에서라는 것. 우연으로 보기에는 맥락이 너무 맞아떨어집니다.
떠올리기도 싫지만, 2015년 8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군이 MDL을 몰래 넘어와 목함 지뢰를 설치했고, 우리 군 하사 두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2018년 남북 공동 현장 점검 때는 북한군이 DMZ 인근에 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전례를 알고 나면, "과거와 판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 폭발이 두 차례 연쇄 발생 → 계획적 배치 가능성
- 방어복·방호화 착용에도 중상 → M14 이상의 폭발력
- 폭발 지점이 북한 작업 구역 100m 이내 MDL 이남
- 2015년 목함 지뢰 도발·2018년 북측 직접 매설 인정 전례
북한 도발과 대북 제재, 지금 이 타이밍이 의미하는 것
지뢰 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주에 북한은 탄도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고 이틀 만에 공개했습니다. 화성포 11마 1형(화성포 11マ-1型),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미사일입니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고도 35.8km에서 초속 2,146m로 비행해 908km 떨어진 지점에 낙하했습니다. 합참이 발표한 600km와도 다소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이 미사일이 위협적인 이유는 비행 패턴 때문입니다. 일반 탄도 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지만, 화성포 11마 1형은 하강했다가 다시 상승한 뒤 급강하하면서 좌우로 불규칙하게 기동합니다. 이를 변칙 기동 탄도 미사일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요격 시스템이 예측하는 궤적을 일부러 벗어나도록 설계된 미사일입니다. 한반도는 물론 일본 사세보와 이와쿠니의 미군 기지도 사정권에 들어온다는 분석이 나옵니다(출처: 통일부).
제가 이 타이밍에 주목하는 건 단순히 미사일 성능 때문만이 아닙니다. 지뢰 사고, 미사일 발사, UN 총회 개막이 거의 동시에 맞물렸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도발은 대개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시점을 전후해 터집니다. 이번에도 UN 총회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UN 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 완화와 북한 핵동결 교환 구상을 밝혔습니다. 대북 제재(對北 制裁)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부과한 경제적·외교적 압박 조치를 말합니다. 대통령은 "별로 효과도 없는 대북 제재와 추가 핵무기 및 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꿀 만한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란 사거리 5,500km 이상의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입니다(출처: 외교부).
이 발언을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협상력을 스스로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저도 이 부분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제재 효과를 먼저 깎아내리면, 상대방은 그 발언 자체를 레버리지(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동결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재는 효과 없다"는 메시지를 먼저 꺼내는 건 협상 순서로 봤을 때 제 경험상 아무래도 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반대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이 매년 10~20개의 핵무기를 추가 생산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만 고집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제가 이 논리를 아예 틀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뢰를 심고 미사일을 쏘는 도발이 동시에 벌어지는 시점에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는 것, 그 타이밍 선택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번 DMZ 지뢰 폭발, 북한 소행으로 확정된 건가요?
A.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군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뢰 파편 정밀 분석과 현장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열상 감시 장비(TOD)에 폭발 순간이 담기지 않아 조사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다만 연쇄 폭발, 강한 폭발력, 위치 등 정황 근거가 북한 매설 쪽을 가리키고 있어 군 내부에서도 그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 목함 지뢰가 일반 지뢰랑 다른 점이 뭔가요?
A. 목함 지뢰는 나무 상자 안에 폭발물을 넣어 만든 지뢰입니다. 금속 성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 금속 탐지기로는 발견하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2015년 8월 우리 군 하사들이 다친 사건도 이 목함 지뢰가 원인이었습니다. 크기와 무게가 작아 야전삽 하나로도 간단히 매설할 수 있어 은밀한 침투 도발에 자주 쓰입니다.
Q. 화성포 11마 1형 미사일, 기존 미사일과 뭐가 다른가요?
A. 기존 탄도 미사일이 포물선 궤적으로 날아가는 것과 달리, 화성포 11마 1형은 하강 후 재상승하고 좌우로 불규칙하게 기동하는 변칙 비행을 합니다. 요격 시스템이 예측 궤적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경로가 변하면 요격 성공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사거리도 908km로, 일본 내 미군 기지까지 닿는 수준입니다.
Q. 대북 제재 완화와 핵동결 교환 구상, 왜 논란이 되나요?
A. 핵동결은 현재 보유한 핵무기는 그대로 두고 추가 개발만 멈추겠다는 것입니다.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협상 전에 제재 효과가 없다는 메시지를 먼저 내면 북한 입장에서는 양보 없이 제재 완화를 끌어낼 명분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협상 레버리지를 스스로 줄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결론
지뢰가 터졌습니다. 우리 장병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같은 주에 북한은 새 미사일을 공개했습니다. 이 세 가지 사실만 놓고 봐도,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말로만 긴장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번 사태를 보며 가장 답답했던 건 군 당국이 사고 발생 24시간이 지나도록 목적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색로 개척 중 사고라고만 했다가 뒤늦게 북한 지뢰 매설 확인 작업이었다고 정정했습니다. 이런 식의 뒷북 발표는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원상 복구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2018년에 북한군이 직접 매설 사실을 언급했을 때부터 움직였어야 했습니다. 그때 놓친 것을 지금이라도 제대로 짚어야 다음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조사 결과와 군 당국의 대응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