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사람 없이 스스로 조준하고 발사하는 소총, 수십 대가 역할을 나눠 적 레이더를 초토화하는 군집 드론, 소리 하나 없이 드론을 떨어뜨리는 레이저 무기. 2026 국방 과학기술전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니, 제가 막연히 상상하던 '미래 전쟁'이 이미 훈련장 안에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족보행 로봇과 자폭드론이 바꾼 지상 전투
이번 기술전에서 제가 가장 오래 눈을 뗄 수 없었던 장면은 사족보행 로봇이 RCWS(원격 무장 조종 체계)를 등에 달고 40mm 유탄을 발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RCWS란, 사람이 직접 총기 옆에 서지 않아도 원격으로 조준·사격할 수 있는 장착형 무장 시스템을 말합니다. 로봇 몸체에 탑재된 전자광학(EO) 카메라가 산악 지형의 표적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운용자의 명령 한 번에 유탄이 정확히 박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험 사격이라 오차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1차·2차 모두 원하는 표적에 명중했거든요.
더 흥미로운 건 운용 구조였습니다. 단일 로봇이 아니라 탐지 로봇, 재밍(전파 교란) 로봇, 타격 로봇 세 대가 한 세트로 움직입니다. 재밍(Jamming)이란 적의 통신·신호를 방해해 무력화하는 전자전 기법입니다. 탐지 로봇이 표적 좌표를 찍으면, 재밍 로봇이 적의 대응을 막고, 타격 로봇이 유탄을 날리는 방식입니다. 현재는 세 대 한 세트이지만, 향후 수백 대까지 확장할 계획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저는 이게 단순한 '전시용 기술'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자폭드론 워메이트의 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육군 드론봇 전투단 요원들이 발사 전 워게임으로 수십 번 절차를 숙달했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실제로 고도 185m에서 표적으로 강하하는 장면은 꽤 팽팽한 긴장감을 줬습니다. 바람이 공격 방향과 반대로 불고 있어 현장 운용자도 걱정했지만, 1호기·2호기 모두 동일 표적을 연속으로 명중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시현은 '잘 되면 보여주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여기서는 불리한 기상 조건에서도 재타격까지 성공했다는 점이 기술의 신뢰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 사족보행 로봇 3대 1세트: 탐지 → 재밍(전파 교란) → 타격 역할 분담
- RCWS 탑재 유탄 발사기로 산악 표적 정밀 타격 성공
- 자폭드론 워메이트: 역풍 조건에서도 동일 표적 1·2호기 연속 명중
- 향후 로봇 세트 수백 대까지 확장 계획
군집 드론과 레이저 대공무기가 증명한 것
기술전 당일 시현 중 가장 많은 탄성을 끌어낸 건 군집 드론(Swarm Drone) 시나리오였습니다. 군집 드론이란 여러 대의 무인기가 AI 기반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동 작전을 수행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두 대의 비행체가 먼저 적 레이더 좌표를 탐지해 나머지 무인기들에게 전달하고, 열 대는 레이더 상공에서 루프 기동으로 교란을 펼치는 사이, 나머지 열 대가 실제 레이더 모형을 향해 급강하 타격을 실시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건 이미 우크라이나·중동 전장에서 쓰이는 전술과 구조가 같다'는 것입니다.
대한항공(출처: 대한항공)이 공개한 무인기 모하비(Mohave)는 짧은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고양력(High-Lift) 설계를 적용했고, 아파치 헬리콥터 수준의 무장 탑재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고양력 설계란 날개 면적과 공기역학 구조를 최적화해 짧은 거리에서도 충분한 부양력을 확보하는 기술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설명은 실제 시연 없이는 반신반의하게 되는데, 실제로 짧은 활주 거리로 이륙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은 솔직히 처음엔 '과연 제대로 보이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이라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고속으로 비행하는 드론이 레이저 조사 순간 힘없이 떨어지는 걸 보니, 오히려 그 조용함이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출처: Defense News)에 따르면 고출력 레이저 대공 체계는 소모성 미사일 없이 전기 에너지만으로 표적을 제압하므로, 포격 단가가 사실상 '전력 요금 수준'에 불과합니다. 1발 쏠 때마다 수천만 원짜리 요격 미사일을 소비해야 하는 기존 체계와 비교하면 운용 비용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피지컬 AI 에이전트(Physical AI Agent)를 소총에 결합한 자율 사격 체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피지컬 AI 에이전트란 카메라와 AI 연산 모듈을 물리적 장비에 직접 통합해 실시간으로 판단·제어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기존 사격의 준비→조준→발사 3단계에서 조준 단계를 AI가 자동으로 처리해 준비→발사 2단계로 줄인 구조입니다. 고속 비행 드론을 실제로 격추하는 장면까지 보고 나서, 저는 이게 인구 절벽 시대에 병력 손실 없이 화력을 유지하려는 현실적 해법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족보행 로봇은 실전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인가요?
A. 이번 기술전에서 40mm 유탄 사격과 연속 재타격까지 성공한 것을 보면 단순 시연 수준은 넘었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는 세 대 한 세트라는 운용 구조가 야지(野地) 실전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향후 수백 대까지 확장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므로, 실전 배치 시점은 생각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Q. 레이저 대공무기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나쁘면 못 쓰는 거 아닌가요?
A. 레이저 무기의 대기 감쇠 문제는 실제로 개발자들도 인정하는 한계입니다. 강우·안개·먼지 환경에서는 출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시현은 실외 조건에서 고속 드론을 즉각 격추하는 성능을 보여줬고, 미사일 요격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보완재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Q. 피지컬 AI 에이전트 소총 체계, 사수가 전혀 조준 안 해도 되는 건가요?
A. 완전 자율이 아니라 '보조 자율' 방식입니다. AI가 조준을 완료하면 사수에게 알람이 뜨고, 사수가 최종 발사 트리거를 당기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AI가 조준을 책임지고, 사람이 발사 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교전 판단의 최종 권한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습니다.
Q. 군집 드론이 전파 재밍을 받으면 무용지물 아닌가요?
A. 이 부분이 K방산 개발진이 가장 강조한 국산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외 부품에 의존하면 유사시 암호화 모듈이나 통신 체계가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체계는 군 전용 암호화 모듈을 자체적으로 탑재해 재밍 환경에서의 생존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결론
이번 2026 국방 과학기술전을 돌아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는 이미 '준비 단계'가 아니라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MUM-T란 유인 전력과 무인 체계가 실시간으로 연동해 임무를 수행하는 미래 전투 구조를 말합니다. 사족보행 로봇, 군집 드론, 레이저 대공무기, 피지컬 AI 소총 체계 모두 각자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었습니다.
인구 절벽으로 병력 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 기술들이 '사람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발표하는 무인 체계 기술 로드맵이나 방위사업청 공개 자료를 살펴보시면 이번 기술전에서 본 장비들이 실제 전력화 일정 어디쯤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