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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7일 새벽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네 번째로 하늘을 갈랐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불꽃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저 불꽃 뒤에 30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의 로켓을 빌리던 나라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한번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30년 엔진 개발의 진짜 무게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누리호 이전에 KSR이라는 로켓 시리즈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거든요. 1993년에 발사한 KSR-1은 길이 6.7m, 무게 1.2톤짜리 소형 고체 로켓이었습니다. 고도 39km까지 올라가 한반도 상공의 오존층을 관측하는 게 임무였는데, 지금의 누리호(47m, 200톤 이상)와 비교하면 같은 계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눈길이 간 부분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고체 로켓에서 액체 로켓으로 넘어간 지점입니다. 2002년에 등장한 KSR-3는 국내 최초의 액체 추진 로켓이었습니다. 여기서 액체 로켓이란, 연료와 산화제를 각각 별도의 탱크에 저장해 두고 엔진으로 보내는 양을 조절하며 연소시키는 방식입니다. 고체 로켓은 한번 불이 붙으면 끝까지 태워야 하지만, 액체 로켓은 연료 공급량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어 훨씬 정밀한 운용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구조도 복잡하고 개발 난이도도 차원이 다릅니다.
누리호 1단에는 75톤급 액체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묶여 들어갑니다. 클러스터링이란 동일한 엔진 여러 기를 하나의 추진 시스템으로 묶어 더 큰 추력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낸 새턴 5 로켓이 1단에 F-1 엔진 5기를 썼고,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9도 멀린 엔진 9기를 묶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문제는 엔진 4기가 거의 동시에 점화되어야 하고, 각각 비슷한 추력을 내면서 비행 방향까지 함께 제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관련 자료를 찾아볼수록 이게 단순한 힘의 합산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연소 불안정, 가장 오래 붙잡힌 문제
연구진을 가장 오랫동안 붙잡았던 난관은 연소 불안정(Combustion Instability) 문제였습니다. 연소 불안정이란 액체 로켓 엔진 내부에서 연료와 산화제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압력 변동이 연소실 고유의 진동수와 맞물려 증폭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엔진 내부에서 공명이 일어나면서 압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상황입니다. 심각해지면 연소실 자체가 손상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연료와 산화제를 분사하는 인젝터(분사기)의 형상을 수차례 바꾸고, 연소실 내부에 배플(Baffle)이라는 칸막이 구조를 삽입했습니다. 배플이란 연소실 안에서 압력 진동이 특정 방향으로 전파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구조물입니다. 누리호 첫 발사 전까지 75톤급 엔진 33기를 대상으로 총 184차례, 누적 18,290초의 연소 시험이 진행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8년에는 아예 시험 발사체에 75톤급 엔진 1기를 달아 실제로 날려보았고, 고도 209km에서 151초간 정상 연소를 확인했습니다(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1차 발사(2021년 10월)에서는 3단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일찍 꺼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비행 중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3단 산화제 탱크 안에 들어 있던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가 이탈하면서 배관이 손상됐고, 액체 산소가 새어나가 엔진이 필요한 산화제를 공급받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구조를 보강했고, 2022년 6월 2차 발사에서 성능 검증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 KSR-1(1993): 고체 로켓, 길이 6.7m, 고도 39km — 국내 최초 과학 로켓
- KSR-3(2002): 국내 최초 액체 추진 로켓, 길이 14m — 누리호 엔진 기술의 출발점
- 시험 발사체(2018): 75톤급 엔진 1기, 고도 209km, 151초 연소 성공
- 누리호 2차(2022): 클러스터링 4기 실전 적용, 위성 궤도 투입 최초 성공
- 누리호 4차(2025): 위성 13기 탑재, 역대 최다 탑재 기록 경신
한 번 성공보다 반복 발사가 진짜 목표
제가 4차 발사를 지켜보면서 가장 달라진 점을 실감한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예전에는 "성공이냐 실패냐"에 모든 시선이 쏠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디어 분위기 자체가 달랐습니다. 성공을 전제로 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위성을 올렸느냐를 더 따지고 있었습니다. 우주 개발이 이벤트에서 서비스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3차 발사(2023년)부터 누리호의 임무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차까지는 발사체 성능 검증이 핵심이었다면, 3차부터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포함해 실용 위성을 실어 올리는 발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수행했습니다. 이때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 종합 기업으로서 발사체 제작과 조립, 발사 운용에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국가 발사 서비스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4차 발사에서 제가 흥미롭게 본 또 다른 지점이 있었습니다. 전체 임무 시간이 계획보다 약 3분 짧아진 부분입니다. 1단부터 3단까지 실제 엔진 성능이 예상보다 조금 높게 나오면서 목표 고도에 더 빨리 도달했고, 위성 분리 시점도 앞당겨진 것입니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성숙의 신호로 읽혔습니다. 설계 수치와 실제 성능 사이의 오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로켓 한 대 뒤에 있는 인프라 전체
누리호를 한 번 쏘기 위해 필요한 건 로켓만이 아닙니다. 제가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한 건 나로우주센터의 제2 발사대 이야기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누리호의 크기와 무게에 맞춰 새로 설계한 제2 발사대 역시 국내 기술로 만들었고, 발사 이후 로켓이 고흥의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면 남태평양 팔라우 추적소가 비행 정보를 이어받습니다. 4차 발사 때 차세대 중형위성에서 첫 신호를 수신한 곳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지상국이었습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쌓은 건 엔진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발사대, 추적소, 지상국,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을 실제로 운용해본 사람들의 경험까지입니다. 앞으로 누리호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는 재사용 발사체입니다. 재사용 발사체란 발사 후 로켓 하체를 회수해 다시 쓰는 방식으로, 스페이스엑스가 팰컨 9으로 상용화한 기술입니다. 현재 누리호는 1회용이지만, 차세대 발사체는 처음부터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입니다. 2030년 소형 달 착륙선, 2032년 차세대 발사체를 이용한 대형 달 착륙선 직접 발사라는 일정도 잡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누리호 4차 발사에서 위성을 몇 개나 실었나요?
A. 4차 발사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포함해 총 13기의 위성이 탑재됐습니다. 발사 42분 후 남극 세종과학기지 지상국에서 첫 신호를 수신하며 정상 작동을 확인했습니다. 5차 발사에는 15기를 싣는 것이 목표로, 역대 최다 기록 경신을 준비 중입니다.
Q. 누리호 1차 발사가 실패한 이유가 뭔가요?
A. 3단 산화제 탱크 안에 있던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가 비행 중 이탈하면서 배관이 손상됐고, 액체 산소가 새어나가 3단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일찍 꺼졌습니다. 그 결과 목표 속도(초속 7.5km)에 도달하지 못해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남겨두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후 구조 보강을 거쳐 2022년 2차 발사에서 성공했습니다.
Q. 누리호는 완전한 국산 로켓인가요, 나로호와 차이가 뭔가요?
A. 나로호는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제작해 협력한 반면, 누리호는 1단부터 3단까지의 엔진, 추진체 탱크, 제어 시스템을 모두 국내에서 개발했습니다.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발사대 운용, 추적, 단 분리 경험을 쌓은 것이 누리호 독자 개발의 실질적인 토대가 됐습니다.
Q. 클러스터링 방식이 왜 어려운 건가요?
A. 클러스터링은 여러 기의 엔진을 동시에 점화하고 각각 균일한 추력을 유지하면서 비행 방향까지 통합 제어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엔진 하나의 성능 편차가 전체 비행 궤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별 엔진의 성능 안정화와 통합 제어 알고리즘이 동시에 완성도를 갖춰야 합니다. 누리호 1단은 75톤급 엔진 4기로 약 300톤의 추력을 냅니다.
결론
제가 4차 발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제 누리호의 기준점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따지는 단계를 지나,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은 위성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느냐가 진짜 숙제가 됐습니다. 1992년 남의 로켓에 실어 보낸 50kg짜리 위성에서 시작해 우리 땅에서 13기를 한꺼번에 쏘아 올리기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는 걸,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2026년 10월7일 5차 발사에서는 15기를 쏘아 올릴 예정이 진일보 한걸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 개발과 2030년 달 탐사 일정이 어떻게 맞물릴지, 제 입장에서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불꽃만 보지 않고 그 뒤에 쌓인 시간을 같이 읽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