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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전투기 수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무장 얘기는 그냥 따라오는 줄 알았습니다. KF-21 보라매가 완성되면 미사일도 알아서 붙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파고들어 보니 미사일이 없으면 전투기는 그냥 빈 껍데기였습니다. 한국이 자체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엘람(KLAM)의 전략화 시기가 기존 2032년에서 2029년으로 3년 앞당겨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배경을 직접 뜯어봤습니다.

개발 일정이 3년 앞당겨진 진짜 이유
일반적으로 방산 개발 일정이 단축됐다고 하면 기술 혁신이나 예산 증액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제가 처음에도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핵심은 조달 전략의 변화였습니다.
K방산이 90년대 초반부터 써온 방식이 있습니다. 초기에 핵심 소재나 부품을 원천 제조사에서 구매해 일단 완성품을 만들고, 이후 단계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입니다. 엘람도 같은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도부·탄두·추진체 등 약 70% 이상은 국내에서 개발·제작하되, 핵심 소자 일부는 미티어 미사일 제조사인 MBDA에서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MBDA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5개국이 공동 출자한 유럽 최대 미사일 전문기업입니다(출처: MBDA Systems).
신궁 미사일도 초기에 러시아 핵심 부품을 사들여 완성한 뒤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이 사례를 처음 접했을 때 "이게 진짜 국산화라고 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공짜로 기술이 완성되는 법은 없고, 결국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경로입니다.
개발 주관은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비공식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와의 협력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로템이 극초음속 엔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엔진 부분 분담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1996년부터 초음속·극초음속 엔진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개발 완료 목표: 2032년 → 2029년으로 3년 단축
- 전략: 핵심 소자 일부 해외 구매 + 국내 70% 이상 자체 제작 병행
- 주요 참여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주관), ADD(기술), 현대로템(엔진 후보)
- 벤치마크: 유럽 미티어 미사일(2001년 개발 착수, 17년 소요)
덕티드 램제트가 미티어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
엘람의 기술적 핵심은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추진 방식입니다. 여기서 덕티드 램제트란 외부 공기를 흡입구(덕트)를 통해 끌어들여 연료와 혼합·연소시키는 방식으로, 별도의 산화제 없이 비행 중 속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추진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 고체연료 로켓이 불꽃놀이처럼 한 번 태우고 끝나는 것과 달리, 비행하는 내내 엔진이 계속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의 암람(AIM-120) 같은 고체연료 미사일은 추진제를 모두 태우고 나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영화에서 미사일이 일정 거리를 날다가 힘이 빠지는 장면이 바로 이 현상을 묘사한 것입니다. 암람(AMRAAM)은 Advanced Medium-Range Air-to-Air Missile의 약자로,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입니다. 반면 덕티드 램제트 방식은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때문에 사거리와 종말 기동 에너지 모두 유리합니다.
제가 솔직히 의문이었던 부분은 이것입니다. 미티어가 17년에 걸쳐 완성한 기술을 엘람이 7년 만에 구현한다고 하면, 과연 성능이 같을까? 현실적으로는 초도 양산품 기준 사거리가 목표치인 200km에 못 미쳐 약 180km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기술에는 반드시 오차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구조적 장점은 분명합니다. 고체 산화제가 없어 내부 공간을 탄두 확장이나 유도 장치 강화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탐색기(Seeker)로는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이 적용됩니다. 시커(Seeker)란 미사일이 스스로 목표물을 포착·추적하는 탐색 장치로, 엘람에 적용되는 능동 레이더 시커는 마하 4 이상의 고속 환경에서 AI 기반 판단 알고리즘이 필요한 고난도 기술입니다.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에서 적외선 시커를 경험한 LIG넥스원의 기술이 여기서 활용됩니다(출처: LIG넥스원).
필리핀 수출과 2030년 무장 패키지 완성의 현실
KF-21 수출 논의에서 무장 패키지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제대로 인식한 건 사실 최근의 일입니다. 플랫폼인 전투기만 팔면 되는 줄 알았는데, 무장이 빠지면 그야말로 빈 껍데기를 수출하는 셈이었습니다.
필리핀은 2025년부터 KF-21 도입 협상을 시작해 2027년 계약, 2029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2029년 인도 시점에 엘람이 개발 완료를 막 앞두거나 갓 완료된 상태라는 점입니다. 유럽산 미티어 미사일은 한 발에 약 40억 원, 최신 개량형은 50억 원 이상으로 필리핀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이 점에서 엘람의 목표 단가인 20억 원 이하가 수출 경쟁력의 핵심이 됩니다.
이 구조는 프랑스 라팔의 사례를 닮아 있습니다. 라팔도 수출 초기에 완전한 무장 패키지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무장 통합을 완료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우리가 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203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KF-21에 탑재될 무장 라인업이 갖춰질 전망입니다. 장공 1(미티어 직수입), 장공 2(엘람, 국내 개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KGGB(공대지 유도폭탄), 천룡(공대지 순항미사일)이 하나의 패키지를 이룰 때 비로소 KF-21은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발 일정이 서둘러지는 것도 이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반면 일본·영국·이탈리아의 차세대 공동개발 전투기인 GCAP은 2040년대 이후에나 양산 체제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어, 그 이전 10년이 KF-21의 수출 골든타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엘람(KLAM)이랑 암람(AMRAAM)은 어떻게 달라요?
A. 암람은 미국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고체연료 로켓을 사용하며 사거리가 약 100km 내외입니다. 엘람은 덕티드 램제트 방식을 채택해 비행 중 속도를 지속 유지하며 목표 사거리 200km를 추구하는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암람이 더 검증된 미사일이라 알려져 있지만, 유럽 미티어와 엘람 같은 덕티드 램제트 계열이 종말 기동 에너지 면에서 구조적으로 유리합니다.
Q. 엘람은 미티어보다 성능이 좋은 건가요?
A. 설계 목표 기준으로는 사거리·속도 유지 면에서 미티어에 필적하는 수준을 목표로 합니다. 다만 첫 개발품이기 때문에 초도 양산 단계에서 실제 사거리는 180km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티어가 17년에 걸쳐 완성한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는 만큼 초기 성능 차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Q.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독으로 엘람을 개발하나요?
A. 아직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2024년 7월 공군 세미나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실상 주관사처럼 발표했지만, 엔진 부분은 현대로템이 경쟁 중이고 탐색기·유도 분야는 LIG넥스원의 기술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컨소시엄 구조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Q. KF-21에 엘람 말고 다른 미사일은 못 다나요?
A. 현재 KF-21에는 유럽산 미티어 미사일(장공 1)을 먼저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입니다. 약 200발을 직수입해 운용하면서 엘람 개발이 완료되면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미국 미사일 통합을 요청했으나 미국 측이 소극적이어서 유럽 노선을 택한 배경도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 주제를 파고들면서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이것입니다. 방산 개발에서 "순수 국산"이라는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궁도, KF-21도, 그리고 엘람도 핵심 부품 일부를 해외에서 조달하면서 출발합니다. 중요한 건 그 다음 단계, 즉 국산화 비율을 얼마나 빠르게 높여 가느냐입니다.
2029년 개발 완료 목표가 지켜진다면, 2030년대 초반 KF-21 수출 패키지는 꽤 강력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과도기입니다. 고성능 미사일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이 불과 몇 년 앞으로 다가왔고, 일본 GCAP과 본격 경쟁하기 전에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앞으로 엘람의 업체 선정 공식 발표와 시제품 개발 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