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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림팩(RIMPAC)이 그냥 태평양에서 하는 큰 해상 훈련 정도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훈련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제 무지를 꽤 크게 실감했습니다. 31개국 함정 40여 척, 항공기 140여 대, 병력 25,000여 명을 총괄한 연합해군 구성군 사령관(CFMCC) 자리를 대한민국 해군 소장이 맡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였고, 미국이 아닌 국가 기준으로는 역대 네 번째였습니다.

림팩 2026, 숫자로 보는 한국 해군의 실력
제가 이번 훈련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건 '과연 우리가 그 역할을 감당할 전력이 있느냐'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림팩은 미국이 주도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따라가는 구조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이번엔 그 공식이 꽤 달랐습니다.
한국은 이번 훈련에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잠수함 부산 안창호함, 상륙함 천자봉함, 호위함 대전함,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AW-159 해상작전헬기,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 6대 등 장병 700여 명과 함께 투입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 전력이면 어지간한 나라의 해군 핵심 전력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훈련 참가 31개국 중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을 동시에 보낸 나라는 주최국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뿐이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해군).
연합해군 구성군 사령관(CFMCC)은 단순한 명예직이 아닙니다. 여기서 CFMCC란 원정강습단, 항모강습단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해상 전력 전체의 해상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핵심 직책을 말합니다. 한국 해군 기동함대 사령관 김인호 소장이 이 임무를 수행했고, 일본 해군소장이 부사령관, 캐나다 해군 준장이 연합 공군 구성군 사령관을 각각 맡았습니다.
대전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훈련에서 대전함은 함포 사격으로 약 7km 떨어진 표적에 최소 탄착군을 기록했고, 함포 사격 부문 '탑건'에 선정됐습니다. 탑건이란 참가 함정 중 해당 부문 최고 사격 성적을 낸 함정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1990년 림팩 첫 참가 당시 1,500톤급 호위함 두 척으로 참가해 외신에서 '큐티 네이비(Cute Navy)'라 불렸던 한국 해군이 이번엔 '뷰티풀 네이비(Beautiful Navy)'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아니지만, 숫자와 기록이 그 변화를 증명합니다.
- 참가 전력: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 잠수함 부산 안창호함, 상륙함 천자봉함, 호위함 대전함, P-8A 포세이돈, AW-159 헬기, 상륙돌격장갑차 6대
- 연합해군 구성군 사령관(CFMCC) 배출 — 아시아 국가 최초, 미국 외 국가 역대 네 번째
- 이지스 구축함 + 잠수함 동시 참가 국가: 미국, 한국뿐 (31개국 중)
- 대전함, 함포 사격 '탑건' 선정 (7km 표적 최소 탄착군 기록)
- 정조대왕함: 이지스 베이스라인 9(Baseline 9) 탑재, SM-6·SM-3 운용 가능
함정격침 훈련과 무인수상정, 제가 과소평가했던 것들
솔직히 저는 함정격침 훈련(싱크엑스, SINKEX)을 그냥 미사일 몇 발 쏘고 배 가라앉히는 이벤트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을 알고 나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림팩은 2000년부터 실제 퇴역 함정을 표적으로 침몰시키는 싱크엑스 훈련을 진행해왔습니다. 여기서 싱크엑스(SINKEX)란 Ship Exercise의 약자로, 실제 군함을 표적으로 삼아 다국적 화력을 집중 투입한 뒤 침몰 데이터를 수집하는 실전형 훈련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데이터, 즉 어느 격실부터 침수가 시작되고, 얼마나 버티는지 같은 정보를 실제 군함 구조로 검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출처: 미 태평양함대사령부).
이번 림팩 2026의 표적함은 1987년 취역해 2023년 퇴역한 이지스 미사일 순양함 모바일 베이함(9,800톤급)과, 1980년 취역해 2015년 퇴역한 상륙강습함 펠렐리우함(4만 톤급)이었습니다. 4만 톤급이면 F-35B 같은 단거리 이착륙기도 운용할 수 있는 규모, 사실상 경항모급 덩치입니다. 이 두 함정이 7월 11일과 17일에 각각 하푼 미사일, 헬파이어, 마크 54 경어뢰 등 다국적 화력을 맞고 수장됐습니다.
제가 훨씬 인상적으로 느낀 건 2016년 림팩의 USS 태치함 사례였습니다. 1982년 취역한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호위함으로, 하푼 미사일·헬파이어·마크 84 폭탄·B-52 폭격기 레이저 유도폭탄까지 약 2.3톤의 화력을 맞고도 무려 12시간을 버텼습니다. 비결은 수밀 구획(Watertight Compartment) 설계였는데, 이는 함체 내부를 여러 독립 격실로 나눠 한 구획이 침수돼도 전체 부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그보다 더 질긴 사례도 있습니다. 퇴역 항공모함 USS 아메리카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공격에도 무려 4주를 버텼고, 결국 내부 폭약으로 자침시켰습니다. 이 싱크엑스 데이터가 포드급 항공모함(Gerald R. Ford-class) 개발의 핵심 설계 근거가 됐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이번 림팩에서 제가 예상 밖이라고 느낀 무기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무인수상정(USV, Unmanned Surface Vehicle)입니다. 미해군의 무인수상함 부대 USV DIV 32는 454kg급 탄두를 탑재한 GARC(Global Autonomous Reconnaissance Craft) 두 척을 펠렐리우함 격침 훈련에 투입했습니다. GARC란 블랙시 테크놀로지스가 제작한 자율항행 무인 수상정으로, 길이 4.8m, 만재 배수량 약 2.18톤의 소형 플랫폼입니다. 안두릴의 래티스(Lattice) 자율항행 체계가 적용돼 운용자가 경로와 임무만 지정하면 나머지는 자율로 처리합니다. 제 경험상 이 정도면 원격 조종이 아닌 진짜 자율 무기 체계로 봐야 맞습니다. 미해군은 2025년 1월까지 이 사업에 1억 6,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현재 월 최대 32척 생산이 가능한 라인을 구축한 상태입니다.
한국 해군의 P-8A 포세이돈이 처음 림팩에 참가해 실시한 한미 연합 대잠훈련도 주목할 만했습니다. 소노부이(Sonobuoy)를 활용해 잠수함 모의체를 탐지하는 훈련에서, 첫 소노부이 투하 후 평균 1~2분 만에 표적을 탐지했습니다. 소노부이란 바다에 투하해 수중 음향을 탐지하고 항공기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소모성 부표형 소나(Sonar)입니다. 기존 P-3 대비 탐지 능력이 두 배 향상된 P-8A의 실전 투입이 이번 훈련에서 처음 검증된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림팩(RIMPAC)은 왜 만들어진 훈련인가요?
A. 1971년 시작됐는데, 당시 주적은 소련 태평양 함대였습니다.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소련 해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연합 훈련으로 출발했습니다. 현재는 중국의 인도태평양 군사 활동 확대를 배경으로 "당신은 한 나라의 해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해군과 싸우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가시화하는 훈련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Q. 정조대왕함이 항모 방공전 부지휘관을 맡은 이유가 뭔가요?
A. 정조대왕함이 탑재한 이지스 베이스라인 9(Baseline 9)는 탄도미사일 탐지·추적·요격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최신 사양입니다. SM-6(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과 SM-3(고고도 요격)을 동시 운용할 수 있어, 참가국 이지스 구축함 중에서도 방공전 임무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 배치가 단순 참가가 아닌 실질적 임무 수행이었다는 점이 저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Q. 무인수상정(USV)이 실전에서 유용한 이유가 뭔가요?
A. 일반적으로 무인 무기는 정밀도가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GARC의 경우 래티스 자율항행 체계로 경로와 목표를 스스로 판단합니다. 유인 함정의 방어 체계가 약화된 시점에 후속 타격을 가하는 용도로 설계돼, 기존 미사일·항공기 공격과 병행할 때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또 보급용 무인수상정처럼 병참 임무에도 투입되기 시작해, 활용 범위가 단순 공격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주목할 부분입니다.
Q. 싱크엑스(SINKEX)에서 배가 잘 안 가라앉는 이유는 뭔가요?
A. 훈련용 표적함은 연료와 탄약 등 인화성 물질을 제거한 상태로 투입됩니다. 그래서 실전과 달리 화재·연쇄 폭발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군함 자체가 수밀 구획 설계와 이중 선체 구조로 충격을 분산하도록 설계돼 있어, 복수의 미사일·어뢰를 맞고도 상당 시간 부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USS 태치함 12시간, USS 아메리카함 4주 사례가 그 설계의 실효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입니다.
결론
이번 림팩 2026을 들여다보면서 제가 느낀 건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훈련이지만, 한국이 그 안에서 단순 참가국이 아닌 실질적 지휘권을 행사하는 위치로 올라섰다는 점입니다. 연합해군 구성군 사령관(CFMCC) 임무는 명예 타이틀이 아니라, 링크 16(TADIL-J) 데이터링크 체계를 통해 31개국 해상 전력의 실시간 데이터를 통합·처리하고 지휘하는 실무 책임입니다. 링크 16이란 전술 데이터 정보 링크의 약자로, 다국적 전투 함정이 위치·표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디지털 작전망을 말합니다.
다른 하나는 무인수상정 GARC나 자율 보급 USV처럼 이번 훈련에서 처음 선보인 무기 체계들이 단순 시험이 아니라 실전 배치 직전의 검증 단계임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이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