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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이 드디어 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지스 전투체계 선가의 40%를 미국에 고스란히 넘겨주던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이게 진짜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해군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그 의심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실 겁니다.

KDX에서 KDDX로, 설계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 구축함 사업은 KDX-1(3,900톤)을 시작으로 KDX-2(4,300톤), KDX-3(7,600~8,200톤)까지 단계적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서애류성룡함으로 이어지는 KDX-3가 바로 현재 우리가 아는 이지스 구축함입니다. 성능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공방어 능력을 자랑하지만, 핵심인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는 미국에서 구매한 겁니다. 이지스 전투체계란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 미사일, 지휘통제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동시 다표적을 탐지·추적·요격하는 통합 전투 관리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게 선가의 40%를 차지하니, 배 한 척 만들 때마다 막대한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간 셈입니다.
KDDX는 바로 이 구조를 깨겠다는 선언입니다. KDX 시리즈에 'D'를 하나 더 붙인 건데, 이 D가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을 상징합니다. 국산화율을 KDX-3의 약 80%에서 95%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구호처럼 들렸는데, 실제로 개념 설계부터 기본 설계, 상세 설계까지 흘러온 흐름을 따라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이 사업이 여기까지 오는 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기본 설계 단계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이에 설계 정보 유출 문제가 터지면서 법적 처벌까지 이어졌고, 결국 상세 설계 및 함 건조 계약을 처음부터 다시 경쟁 입찰에 붙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 한화오션이 0.6점 차로 낙찰받았는데, 벌점 1.2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의 과당 경쟁은 단기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칩니다. 2~3년 지연에 따른 원자재 및 환율 상승으로 일부 장비 가격이 44~56%까지 뛰었다는 건 결코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닙니다.
- KDX-1: 3,900톤 / KDX-2: 4,300톤 / KDX-3: 7,600~8,200톤
- KDX-3 이지스 전투체계 — 미국산, 선가의 약 40% 차지
- KDDX 목표 국산화율: 95% (KDX-3 대비 약 15%p 상승)
- 최종 계약사: 한화오션 (경쟁 재입찰, 0.6점 차 낙찰)
95% 국산화가 의미하는 것 — 부품 한 개가 작전을 좌우한다
국산화를 단순히 "국내 업체 살리기"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파고들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핵심은 작전 지속성입니다. 해외 장비는 고장이 나면 해당 제조사 기술자가 와야 수리가 가능한 계약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기술자가 도착하기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 함정은 사실상 작전 불능 상태에 놓입니다. 전시 상황이라면 이건 치명적입니다.
KDDX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기술이 통합 전기 추진 체계(Integrated Electric Propulsion, IEP)입니다. IEP란 디젤엔진이나 가스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한 뒤, 그 전력을 전력관리체계(PMS)를 통해 추진과 전투 장비에 분배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처럼 엔진 동력을 프로펠러에 직결하는 방식보다 소음이 대폭 줄고, 잉여 전력을 레이저 무기나 AI 기반 전투 시스템에 즉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전투함 아키텍처에 꼭 맞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시스템 통합형" 기술은 개별 부품 성능보다 훨씬 더 큰 전투력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통합 마스트(Integrated Mast)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통합 마스트란 함정 상부에 흩어져 있던 각종 안테나, 레이더, 통신 장비를 하나의 구조물에 집약한 것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줄이는 스텔스 설계를 가능하게 합니다. 레이더 반사 면적이 줄어들수록 적의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낮아집니다. 또한 국산 레이더와 전투 체계를 탑재하면 수출 시 미국의 기술 이전 승인(FMS, Foreign Military Sales)을 받을 필요가 없어 독자적인 수출 계약이 가능해집니다. 이건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방산 주권의 문제입니다(출처: 방위사업청).
K방산 수출의 다음 타자 — KDDX가 열 수 있는 시장
일반적으로 구축함급 전투함은 자국에서 건조하는 게 관례라 수출 시장이 좁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KDDX의 포지셔닝이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호위함급 예산으로 이지스급 기능을 제공하는 함정이라는 점에서, 자체 구축함 건조 능력이 없지만 고급 방공 능력이 필요한 국가들에게는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는 제품입니다.
태국이 가장 먼저 거론됩니다. 한화오션은 2018년 태국에 호위함 한 척을 납품했고, 현지 평가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현재 추가 호위함 한 척에 대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알려져 있으며, 규모는 약 4조 원 수준입니다. 같은 계열 함정을 추가 도입하면 군수 지원과 운용 호환성 측면에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태국 입장에서도 메리트가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란 해상 분쟁 여파로 중동·동남아 지역 국가들의 해군력 강화 수요가 가시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페루, 칠레 등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출처: 한국경제).
제가 직접 이 흐름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국내 두 방산 조선사가 해외에서도 서로 경쟁 구도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K9 자주포나 FA-50처럼 육상 방산이 패키지 딜로 시장을 공략했던 방식을 함정 수출에도 적용하려면, 두 업체가 시장을 나눠 갖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나가 먼저 진입한 시장에 다른 하나가 물러서는 협력 구조 없이는 수출 단가 경쟁만 과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KDDX 여섯 척 건조가 2036년까지 완료되면 레퍼런스가 생기는 셈이니, 그때부터가 진짜 수출 경쟁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KDDX는 기존 세종대왕함보다 크기가 작다는데, 성능도 떨어지는 건가요?
A. 크기는 KDX-3(7,600~8,200톤)보다 작게 설계되지만, 성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완전 국산화한 데다 통합 전기 추진 체계와 통합 마스트를 적용해 스텔스 성능과 전력 활용 측면에서 오히려 진일보한 구조입니다. "작지만 대등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Q. KDDX 선도함은 언제 완성되나요?
A. 현재 계획상 선도함은 2032년 완성, 총 여섯 척이 2036년까지 해군 전력화될 예정입니다. 다만 사업이 이미 2년 반에서 3년 지연된 전력이 있고, 원자재·환율 상승으로 사업비 부족 문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합니다.
Q. 국산화율 95%라고 하는데, 나머지 5%는 어떤 장비인가요?
A.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고출력 엔진 부품이나 특수 소재 등 국내 공급망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분야가 해당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반적으로 100% 국산화는 어느 나라 전투함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기 때문에, 95%라는 수치 자체가 이미 상당히 높은 기준입니다.
Q. 한화오션이 낙찰받았는데, HD현대중공업은 완전히 빠지는 건가요?
A. 선도함 건조는 한화오션이 담당하지만, 후속함 사업과 해외 수출 시장에서 두 업체가 각자 역할을 찾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두 업체가 해외에서 각자 다른 국가와 협상 테이블을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경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시장 분리 협력이 이뤄진다면 수출 성과가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결론
KDDX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니, 이건 단순히 함정 한 척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이지스 전투체계 국산화, 통합 전기 추진 체계 적용, 디지털 트윈 기반 설계 검증까지 한꺼번에 달성해야 하는 복합 기술 도전입니다. 솔직히 이 규모의 시도를 한 번에 성공시킨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술보다 예산입니다. 2~3년 지연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사업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납품 업체들이 적정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품질로 직결됩니다. 명품을 만들어야 수출도 되고 자주국방도 완성됩니다. 2032년 선도함이 제 모습을 갖추고 나오는 날, 그 판단이 맞았는지 직접 확인해볼 생각입니다.